2025년 가을 특별 전시 '보화비장葆華秘藏: 간송 컬렉션, 보화각에 담긴 근대의 안목' 개최
간송 전형필이 수집한 근대 수장가 7인의 대표 컬렉션 선보여
총 26건 40점 수장품 공개, 고려청자부터 조선 서화까지
10월, 단풍이 물든 서울 성북동의 ‘빛나는 보물을 품은 집’ 보화각이 다시 문을 연다.
한국 문화재의 보고이자 미술사 연구의 산실로 불리는 간송미술관 보화각에서는 오는 10월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가을 기획전 《보화비장葆華秘藏: 간송 컬렉션, 보화각에 담긴 근대의 안목》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근대 수장가의 탁월한 감식안으로 선택된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간송 컬렉션의 기원을 새롭게 조명한다.
■ 간송의 ‘문화보국(文化保國) 정신’으로 다시 읽는 근대의 안목
간송 전형필은 일제강점기의 혹독한 시대 속에서도 ‘문화로 나라를 지킨다’는 신념으로 고미술품을 모았다. 그의 손을 거친 유물 한 점 한 점에는 이미 개화기 수장가들의 예술적 발자취와 시대의 시선이 깃들어 있었다. 경매와 전람회가 활발히 열리던 근대의 미술 시장에서 수장가들은 유통의 한 축을 담당하며, ‘문화의 중개자’로서 각자의 미감이 담긴 독자적 컬렉션을 구축했다.
《보화비장》전은 바로 이 흐름을 되짚는다. 간송미술관은 근대의 대표 수장가 7인(송우 김재수, 희당 윤희중, 송은 이병직, 운미 민영익, 위창 오세창, 석정 안종원, 존 갯즈비)의 수집품을 통해 ‘수장’의 문화사를 다층적으로 풀어냈다. 전시 제목 ‘보화비장葆華秘藏’은 ‘빛나는 아름다움을 간직하다’라는 뜻으로, 근대를 관통한 이들의 안목이 간송의 정신 속에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상징한다.
■ 7人 7色, 26건 40점의 걸작들… 국보4건, 보물4건 포함돼
왼쪽부터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국보·12세기), <청자상감연지원앙문정병>(국보·12세기), <대팽고회>(추사 김정희·보물)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이번 기획전에는 서화와 도자 등 총 26건 40점의 유물이 공개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존 갯즈비 컬렉션의 명품 도자 9건으로,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 <청자기린유개향로>, <청자오리형연적>, <청자상감연지원앙문정병> 등 4건은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이들 작품은 서구인의 시선으로 재조명된 한국 고미술의 가치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또한 송은 이병직이 소장했던 추사 김정희의 절필작 ≪대팽고회(大烹高會)≫ 예서 대련(보물)은 이번 전시의 백미로 꼽힌다. 추사의 생애 마지막 필획이 담긴 이 대련은 한 시대의 예술적 정점이자, 근대 수장 문화의 정신을 응축한 기록의 상징이다.
■ 간송미술관, 광복 80주년 기리고자 노수현의 <무궁화> 공개
심산 노수현의 <무궁화>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전시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작품, 심산 노수현의 <무궁화>는 ‘광복 80주년을 기리는 헌화로 다시 피어났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노수현이 간송 전형필에게 헌정한 이 그림은 조국의 독립과 문화유산을 지키고자 했던 우국선열들에게 바치는 헌사였다. 무궁화 한 송이와 함께 새겨진 「애국가」의 한 구절은, 간송의 헌신뿐 아니라 동시대를 살았던 근대 수장가들의 열망이 공명해 탄생한 ‘간송 컬렉션’ 정신을 대변한다.
이번 전시는 2024년 재개관 이후 이어지고 있는 ‘간송 컬렉션 형성과 구축 과정’ 재조명 3개년 프로젝트의 네 번째 전시이자, 2026년 간송 전형필 탄생 120주년 특별전의 서막을 여는 자리이기도 하다.
전인건 관장은 “간송이 당대 수장가들의 컬렉션에서 민족적 정수라 여긴 작품을 중심으로 선별·수집한 과정을 조망한다”며, “근대 수장가들의 안목을 통해 간송 컬렉션을 새롭게 읽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10월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진행되며,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관람 및 도슨트 프로그램 예약은 NOL 티켓(인터파크)을 통해 가능하다. 오디오가이드와 사전 전시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되어 관람객의 이해를 한층 넓혀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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