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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눈으로 바라보기"…강하늘의 말맛 맛집 비결 [인터뷰]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5.11.09 00:01

영화 '퍼스트 라이드'에서 태정 역을 맡은 배우 강하늘 / 사진 : 쇼박스

영화 '퍼스트 라이드'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부딪히며 만들어가는 웃음이 있는 영화다. 상황도 그렇지만, 그 상황 속에 놓여있는 캐릭터들이 그 자체로 서사이고, 웃음이다. 끝을 보는 놈 태정(강하늘), 해맑은 놈 도진(김영광), 잘생긴 놈 연민(차은우), 눈 뜨고 자는 놈 금복(강영석), 사랑스러운 놈 옥심(한선화)까지 다섯 명의 캐릭터는 태정을 중심축에 두고 앞으로 나아간다.

강하늘은 우직하게 친구들을 이끌고 해외여행까지 떠난다. 태정은 수능 만점까지 받고, 국회의원 보좌관 자리를 꿰찬 당찬 청년이다. 동시에 바쁜 일상에 치여 친구들을 서운하게 하는 친구이고, 옥심을 마냥 바라보게 하는 남자이다. 각기 다른 마음을 코믹으로 이끌어낸 건 어쩌면 남다르게 강력한 '강하늘의 말맛'인지도 모른다. 그 기세에 한 번 중독되면, 출구를 찾기 어렵다. 관객들은 그 말맛에 이끌려 함께 '퍼스트 라이드'를 타고 함께 순항하고 있다.

영화 '퍼스트 라이드' 스틸컷 / 사진 : 쇼박스

Q. 영화 '30일'을 함께한 남대중 감독과 함께한 작업이다. 남대중 감독은 '내 대본보다 더 잘 살리는 배우'라고 배우 강하늘을 극찬했다.

"그건 홍보용 같긴 하다. (웃음) 제가 의견을 내고 감독님과 상의해 수정한 지점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건, 마지막 공항에서 옥심(한선화)과 서로 소리 지르며 하는 이야기 내용이었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태정이 끌려가는 옥심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런데 끝날 때 뭔가 더 태정스럽게 조금 더 'T(이성적)' 같은 조언을 제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날 대본을 써갔고, 감독님과 같이 조율해서 촬영에 임하게 됐다."

Q. 보통 작품에 임하며, 추가 대사를 준비해 가는 편일까.


"감독님과 상의한다. 혼자 준비하는 건 어떤 의미로 현장에서 함께하는 이들에게 압박이다. 감독님과 상의를 한 후에 '하늘 씨가 편하게 써보세요'라고 말씀해 주셔서, 편하게 써서 갔다. (웃음)"

Q. 태정은 싸움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심지어 수능 만점을 받은 캐릭터다. 그런데 그 부분은 배우 강하늘을 그대로 이해하고 작품을 보게 됐다.

"그런 감독님의 상상력이 재미있었다. 독특한 설정이 모여있는 것을 어떻게 돌파할까, 고민할 때 '기세로 밀고 가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을 어떻게 믿게 하지?'로 고민하기보다, '사람들은 당연히 믿을 거다'라고 믿고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퍼스트 라이드'에서 태정 역을 맡은 배우 강하늘 / 사진 : 쇼박스

Q. 수능 만점자 태정보다 오히려, 연민(차은우)의 인형이 등장했을 때 온도를 어떻게 찾아가려고 했을지 궁금하다.

"이 작품에서 가장 고민한 부분이 인형이다. 인형이 등장했을 때, 태정은 관객의 입장을 대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태정밖에 없었다. 인형이 등장할 때 '갑자기 뭐야?'라고 생각하는 반응을 태정이 해줘야 했다. 태정까지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으면, 그건 고스란히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질 거라고 생각했다. 최대한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인형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을 담아내려고 했다. 인형을 치우라고 하는 태정의 말이 관객들이 느낄 마음을 조금 대변해서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랐다. 모두가 자연스럽게 인형과 동화되어 있는 건 아니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Q.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플레이가 '퍼스트 라이드'를 채운다. 그만큼 서로의 에너지를 조율하는 과정이 있었을 것 같다.


"태정이라는 인물은 그 속에서 중재자 같은 인물이다. 개성 강한 캐릭터 안에서 스탠다드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모든 장면 안에는 에너지의 총량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캐릭터가 이만큼 가져가면, 남은 총량을 누군가 채워야 한다. 태정이는 총량을 채워주고, 맞춰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퍼스트 라이드' 스틸컷 / 사진 : 쇼박스

Q. 그 속에서 강하늘의 말맛이 가장 빛났다. 굉장히 유려하게 높낮이와 말의 빠르기 등이 흘렀다. 강하늘 말맛 맛집 비결이 따로 있을까.

"어릴 때부터 연기보다 현장에 관심이 더 많았다. 아무도 저를 모를 때, 촬영팀에 가서 카메라에 대해 여쭤보며, 렌즈 사이즈나 카메라 브랜드 등을 여쭤봤다. 또 현장 편집하는 분들을 관찰하며 '저렇게 잘라서 붙이는구나!', '그러면 내가 대사할 때 얼굴은 안 보이고 대사만 보이는구나!' 이런 것들을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작품을 볼 때도 기술적인 걸 많이 보게 된다. 전 사실 연기할 때, 시선이 연기하는 강하늘에게 있지 않다. 조금 떨어진다. 이 장면을 보는 관객의 눈으로 바라보려 한다. 그래서 이 장면을 보는 관객들이 감정에 충실하면 대사는 좀 느리게 하게 된다. 관객의 눈에 '지루할까?', '설득이 될까?'를 고민하며 지루하다고 생각되면 말의 빠르기를 더 빠르게 한다. 연기 톤보다, 보고 듣고 있을 관객들을 고민하게 된다."

Q. 올해 여섯 편의 작품으로 관객과 만났다. '퍼스트 라이드'는 그 여섯 번째 작품이다. 남다른 소회가 있을 것 같다.

"홀가분하다. 작품이 남아있다면, 사실상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는데, 올해 '퍼스트 라이드'가 끝이라고 한다면, 후련한 마음이다. 연말정산 같은 느낌이다."

영화 '퍼스트 라이드'에서 태정 역을 맡은 배우 강하늘 / 사진 : 쇼박스

Q. 그렇게 여섯 편의 작품을 통해 성장을 발견한 지점이 있을까.

"연기자는 사실상 혼자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선택되어야 움직일 수 있는 일이다. 저를 선택해 주는 사람에게 원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자는 생각이다. 그 마음이 크게 변함은 없다. 내년에도 누군가가 저를 선택해 주신다면, 그분이 원하는 모습 그대로 잘할 거다."

강하늘은 여전히 자신을 '배우'가 아닌 '연기자'로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신이 아닌 '관객'이 있다. 현장에서 '강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관객석의 끝자락에서 작품을 바라본다. 그렇기에 강하늘의 말맛은 생생하게 살아서 가닿는다. 수많은 작품을 지나오면서도 '연기자 강하늘'의 출발선이자 도착 선은 여전히 '관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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