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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X' 김유정 "제가 했던 작품 중 가장 독기를 안 품었어요" [인터뷰]

하나영 기자 ㅣ hana0@chosun.com
등록 2025.11.28 08:01

'친애하는X' 김유정 인터뷰 / 사진: 티빙 제공

"사실은 제가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제일 독기를 안 품은 작품이에요. 캐릭터가 가진 힘이 너무 세다 보니까 저까지 힘을 갖고 하면, 제 독기가 이 캐릭터를 잡아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캐릭터가 가진 힘과 독기만 가지고 가자는 생각을 했어요."

지난 25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친애하는 X'(극본 최자원·반지운, 연출 이응복·박소현)를 이끄는 배 김유정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친애하는 X'는 지옥에서 벗어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가면을 쓴 여자 '백아진' 그리고 그녀에게 잔혹하게 짓밟힌 X들의 이야기.

극 중 살아남기 위해 가면을 쓴 여자 '백아진'을 맡은 김유정은 "촬영하면서 애정이 많았던 작품이라 공개가 될 때 긴장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제가 기존에 보여준 이미지와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에 연기하면서도 배운 것이 많았고, 성장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에서 애정이 많이 가는 편인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유정은 이번 작품을 통해 강렬하면서도 매혹적인 악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김유정은 '백아진'에 대해 "절대 응원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라며 "제가 맡아야 하는 캐릭터고 이 작품의 주인공이지만, 이해를 하기보다는 백아진의 행동을 온전히 받아들이려고 했어요. 아진이라는 인물은 처절하게 자신만을 위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생각했고, 그 욕망이 잘 드러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생각했어요"라고 해석했다.

자신조차 응원할 수 없는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에는 당연한 고민이 뒤따랐다. 이러한 김유정에게 확신을 가져다준 것은 이응복 감독과의 대화였다. 김유정은 "원작 자체가 좋은 평을 받은 유명한 작품이고, 백아진은 사회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많이 하는 악인이라고 할 수 있다"라며 "스스로 걱정되는 부분이 많았는데, 감독님께서 백아진을 김유정이 했을 때 좋은 시너지가 날 것 같다는 믿음을 주셨다. 함께하는 분이 저를 믿어준 덕분에 저도 저를 믿을 수 있게 됐다"라고 전했다.

주인공임에도 시청자의 사랑이나 응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지점에 대한 고민은 없었을까 묻자 김유정은 "아진이를 응원하지 못하고 '쟤 왜 저래'라는 반응이 나온다면 그게 아진이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의외로 응원을 받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신기했는데,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 어떤 양가감정이 드는 인물로 표현됐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저희가 목표한 캐릭터성을 시청자분들께서 잘 느껴주신 것 같다고 생각해요"라고 답했다. 

김유정은 캐릭터 구축 과정에 대해 "이 아이를 연기하며 내가 어떻게 나를 지켜가는 것이 좋을까에 대해 먼저 생각한 다음에 캐릭터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 심리학 교수님을 비롯한 그쪽 분야에 계신 분들께 조언을 구했다"라며 "여러 생각을 종합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기보다는 환경에 놓였을 때 그 상황을 느끼며 백아진과 가까워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특별한 레퍼런스가 없었기 때문에 원작을 살피면서 캐릭터를 완성했다며 "웹툰을 보면서 느낀 것은 이미지가 멈춰 있어서 백아진의 소시오패스 성향이 극대화되어 잘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모습이 영상화가 됐을 때 어떻게 비슷한 결로 맞출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 보니까 좀 덜어내고, 절제를 했을 때 잘 보일 것 같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여기에 조명과 음악, 카메라 앵글 등의 연출적인 요소가 합쳐져서 드라마적으로 잘 표현이 된 것 같다"라고 답했다.

원작에서 가져온 요소가 있는지 묻자 김유정은 "초반에 나온 헤어스타일을 비롯해서 그 표정들까지 싸늘한 느낌을 잘 표현하고 싶었는데, 어렵기는 했어요"라며 "스스로 싸늘하게 해야지 생각하다 보면 보는 사람이 웃기게 느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부분을 많이 고민했다. 일부러 삼백안처럼 보면서 허공에 떠있는 듯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시선 처리나 눈에서 오는 에너지에 많은 신경을 쏟았다"라고 전했다. 

대사 톤 역시 새로운 느낌이다. 김유정은 "대사가 굉장히 많은 편인데, 상대와 소통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꽂는 대사들이다. 톤을 잘못 설정하면 밋밋하거나 재미가 없고, 또 전달력이 약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백아진만의 말맛을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어미나 끊는 타이밍을 미묘하게 다르게 설정했다. 백아진의 소시오패스 성향이 잘 표현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백아진의 캐릭터성이 가장 돋보이는 장면은 초반 회차들이다. 김유정 역시 이때의 모습을 연기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학교 신을 촬영하면서 많이 중심을 잡으려고 했다.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백아진이 처음부터 끝까지 가져갔으면 좋겠는 지점들과 눈을 깜빡이지 않는다거나 습관 등을 정했고, 외적인 부분도 많이 테스트했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 드라마 자체가 백아진의 일대기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성장과정이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는 어떤 정제되지 않은 모습들, 예를 들어 성희가 어떤 자극을 줬을 때 한 번에 표현이 나와버린다. 카페 신들에서는 조금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는데, 백아진을 생각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움이었다.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살아가야만, 누군가를 밟고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진이가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보통의 사람들과 섞여가는 모습으로 비치길 바랐다"라고 설명을 더했다. 

심리적인 부분에서 에너지 소비가 심했을 것 같다는 말에 "실제로 촬영하면서 살도 많이 빠졌고, 힘든 상황에 놓이다 보니까 점점 가라앉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감정을 떨쳐내지 않으려고 했다. 아진이의 성향과 비슷하다고 느꼈거든요"라고 말했다. 회복은 어떻게 했나 묻자 "제가 뭘 하기보다는 주위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한다거나 장난을 많이 치면서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는 저 자신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 덕분에 저를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카타르시스를 느낀 순간도 있었을까 묻자 "많이 느낀 것 같아요"라고 솔직히 답한 김유정은 "초반에 성희와 대면할 때도 그렇고, 사실 누구나 반격하는 순간에 대해 상상하잖아요. 그 뒤의 연예계 모습은 비현실적인 상황이 많은데, 학교에서의 이야기는 어쩌면 현실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신을 자극한 상대에게 '너 정말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구나'라는 말을 직설적이고 통쾌하게 내뱉는다. 그런 대사를 할 때는 카타르시스가 있었던 것 같고, 반대로 감정을 숨기는 모습을 연기할 때 미묘한 이 감정을 아무도 읽지 못한다고 느낄 때도 카타르시스가 있었어요"라고 답했다.

기억에 남는 반응에 대해서는 '백아진이 실제로 살아있는 것 같다'를 언급하며 "배우로서 들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찬사인 것 같아요. 저도 제 작품이 아닌 다른 작품을 볼 때 그 인물이 어디선가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 때 감동을 많이 받거든요"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이 스토리가 어떻게 보면 현실적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구나 인생을 잘 살아가고 싶은 욕망이 있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극한 감정에 대해 잘 표현이 됐다고 생각해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그만큼 공감도 될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다"라고 답했다. 

작품이 공개되기 전부터 '친애하는 X'가 큰 기대를 모을 수 있었던 비결은 김유정의 출연이었다. 이처럼 믿고 보는 배우가 된 것에 대해 부담은 없는지 묻자 "사실 촬영 시작하기 전이랑 촬영할 때 원작에 대한 평가나 드라마화에 대한 반응을 아예 안 봤어요"라며 "오히려 작품 오픈한 뒤에 그런 감정이 오는 것 같아요. 많은 분들께서 좋아해 주시면서 앞으로의 이야기와 다음의 제 작품을 기대하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잘 타협해 가려고 해요"라고 마음가짐을 다졌다.

'친애하는 X'는 김유정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 "어떻게 보면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 또 내가 가진 욕망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던 것 같다. 그런 시간이 저한테는 큰 의미로 남지 않을까 싶어요."

아역 배우의 좋은 성장을 넘어서, 20대를 대표하는 여배우가 된 김유정이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싶은 마음인 것 같아요. 여러 부담감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잘 털어내서 기존에 해왔던 것처럼 많은 분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을 즐겁게 만들어가고 싶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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