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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본법 한 달…수출 54조 게임산업 ‘시험대’

임윤서 기자 ㅣ seoo@chosun.com
등록 2026.02.24 16:44

생성형 AI 사용 52%…현장선 “경계 모호”
NPC 대사·이미지·코드까지 AI 활용 확산
창작자 권리·이용자 신뢰 사이 해법 모색

/디지틀조선TV

지난달 22일 세계 최초로 전면 시행된 'AI 기본법'이 한 달을 맞았다. 게임 산업에서는 AI 활용이 확산되면서 규제 준수와 기술 혁신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AI 기본법의 핵심은 인공지능 투명성 확보 의무다. 제31조는 고영향 인공지능이나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사업자에게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가 인공지능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을 이용자에게 사전 고지하고,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텍스트·이미지·영상·음성 등에는 워터마크 등을 통해 'AI 생성물'임을 명확히 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는 이용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AI 생성 콘텐츠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업계가 제기하는 핵심 쟁점은 게임 개발 현장에서 AI 활용이 이미 광범위하고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어, 어디까지를 'AI 생성물'로 봐야 하는지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글로벌 게임 산업 행사인 GDC 페스티벌 오브 게이밍이 이달 발표한 ‘2026 게임 산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 업계에서 생성형 AI 도구를 사용하는 비율은 회사 또는 부서 차원에서 52%에 달한다. 개인적으로 AI를 활용하는 응답자도 35%에 이른다. 

‘GDC 페스티벌 오브 게이밍(GDC Festival of Gaming)’이 2월 발표한 ‘2026 게임 산업 현황’ 보고서 중 일부. 생성형 인공지능(AI) 도구 사용 비율(왼쪽)과 AI 도구 활용 현황(오른쪽). /GDC 자료 재구성

AI 도구 사용 현황(중복 답변)을 보면 게임 산업의 AI 의존도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도구는 챗GPT로 74%를 차지했고, 구글 제미나이(37%),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22%)이 뒤를 이었다. 주목할 점은 회사 내부 또는 자체 개발 AI 도구를 사용한다는 응답이 21%나 됐다는 것이다. 미드저니(17%), 어도비 제너레이티브 필(13%), 소라 AI(8%) 등 이미지·영상 생성 도구도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들 AI 도구가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살펴보면, 규제 적용의 복잡성이 드러난다. 리서치와 브레인스토밍이 81%로 가장 많았고, 게임 기획 초기 단계에서 시장 조사는 물론 개발의 여러 단계에서 AI가 활용되고 있다.


여기서 업계가 직면한 딜레마가 발생한다. AI를 '도구'로 활용해 수정한 콘텐츠와 AI가 직접 생성한 콘텐츠의 경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가 문제다. 예를 들어 개발자가 AI로 생성한 배경 이미지를 포토샵으로 70% 수정한 경우, 챗GPT로 초안을 작성한 뒤 작가가 전면 재작성한 조종 불가능 캐릭터(NPC) 대사, 코드 자동완성 기능을 사용한 게임 로직 등 현행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경계 사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게임 개발 현장은 AI를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 실제 게임 개발에서 NPC 대사를 실시간으로 생성하거나, 캐릭터 일러스트를 AI로 제작하고, 배경 음악을 AI가 작곡하는 등 활용 범위가 넓다. 게임 내에서는 가이드라인이 유연한 표시를 허용하지만, 게임사가 AI로 생성된 이미지나 영상의 다운로드·공유 기능을 제공할 경우에는 워터마크를 부착해야 한다는 점에서 유저 경험(UX) 설계에 제약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AI 기본법은 개발자들의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워터마크 표시 의무는 'AI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드러내게 만들어, 창작자로서의 역량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저작권 분쟁 발생 시 표시 의무 이행 여부가 법적으로 어떤 효력을 갖는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과기부는 최소 1년 이상의 계도기간을 운영하며 현장 안착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2025년 3분기 콘텐츠산업 수출 동향.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 재구성

게임은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의 48.2%를 차지하며 최대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게임 수출은 379억 7,932만 달러(약 54조 원)로 전년 대비 22.0% 급증했다. 이러한 시점에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는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반대로 규제 없는 AI 남용은 이용자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세계 최초로 AI 기본법을 전면 시행했다는 점은 AI 관련 패러다임을 새롭게 정립했다는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초기 단계인 만큼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며 "과도한 개입이나 규제보다는 샌드박스 방식으로 당분간 산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규제의 방향성에 대해  "AI 생성물 표시 가이드라인 정립은 바람직하며, 이를 악용해 이용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며 "AI 기술이 고도화되면 사람과 AI 구별이 어려워져 악용 사례가 나올 수 있으므로, 오남용에는 철저한 경고를, 제대로 사용하는 창작자들에게는 권한과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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