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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현 "욕심부렸던 '은애하는 도적님아', 저도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인터뷰]

하나영 기자 기자 ㅣ hana0@chosun.com
등록 2026.02.25 08:11

은애하는 도적님아 남지현 인터뷰 /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제공

"이 작품을 시작할 때 위로가 될 수 있는 작품이 되기를 바랐어요. 힘들고 외로울 때 꺼내볼 수 있는 작품이길 바랐는데, 마지막 회 클립에 '보내기 아쉽다'라는 반응이 많아서 뿌듯했습니다."

24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KBS 2TV '은애하는 도적님아'의 홍은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남지현과 만났다. '은애하는 도적님아'는 어쩌다 천하제일 도적이 된 여인과 그녀를 쫓던 조선의 대군, 두 남녀의 영혼이 바뀌면서 서로를 구원하고 종국엔 백성을 지켜내는, 위험하고 위대한 로맨스를 그린다.

의녀이자 길동으로 24시간을 48시간처럼 사는 홍은조 역을 맡은 남지현은 "잘 마무리된 것 같아서 뿌듯하다"라며 "아직 실감은 많이 못 하고 있지만 천천히 보내주고 있다. 마지막 방송을 스태프, 배우분들과 모여서 봤는데, 보고 싶은 얼굴들을 많이 본 덕분에 더 마음이 편한 것도 있고, 대본에 쓰여있던 그대로 잘 정리가 된 것 같아서 아쉬운 점은 없는 것 같아요"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4.3%의 시청률로 시작한 '은애하는 도적님아'는 쟁쟁한 경쟁작들 속에서도 상승세를 기록하며 최종화 7.6%로 마침표를 찍었다. 새롭게 신설된 이후 KBS 토일 미니시리즈가 계속해서 침체를 겪고 있던 만큼, 뜻깊은 성과다. 남지현은 "시청률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놀랐어요"라며 "대본이 재미있으니까 잘 만들면 보러 오시지 않을까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로써 다시 한번 남지현의 '사극 불패'가 증명됐다. 남지현은 "그런 수식어를 붙여주시는 것이 정말 감사해요"라며 "사실 사극 불패라는 말 때문에 부담이 있거나 다른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해주시는데, 저는 이러한 수식어를 최대한 오래 지키고 싶어요. 저 혼자 이러한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많이 칭찬해 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히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사극과 시너지가 좋은 남지현의 매력은 무엇일까 묻자 "보통 사극은 내면의 무언가를 숨긴 캐릭터보다는 어느 정도 할 일이 정해져 있고 투명하게 그려지는 정직한 캐릭터가 많은데, 그런 역할을 할 때의 제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주시는 것 같아요. 제가 맡은 캐릭터를 신뢰해 주시고, 그 캐릭터가 하는 행동에 설득력을 편하게 느껴주시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남지현은 이어 배우로서 자신의 강점 또한 "안정감이 있고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라며 "그게 제가 살아가는 목표와도 맞닿아 있어요. 그런 부분이 캐릭터에도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이번 작품은 단순한 사극이 아닌, 로코와 액션, 정치 등 여러 장르가 섞인 것은 물론 영혼 체인지라는 독특한 설정까지 더해졌다. 도전이었을 것 같다는 말에 남지현은 "너무 좋았어요"라며 "여러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작품이라 배우라면 누구나 하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저에게 익숙한 모습, 그리웠던 모습도 담을 수 있고, 새로운 모습까지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잘해내고 싶은 마음에 욕심도 많이 부렸어요. 그러한 부분을 잘 알아봐 주신 것 같아서 감사했어요"라고 답했다.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는지 묻자 "마지막 회 클립을 많이 보시는 것을 보면서 좋아하는 장면을 다시 찾아보는 것이 느껴져서 뿌듯했어요. 특히 보내기 싫다거나 아쉽다는 반응이 많아서 감동했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결말에서 특히 반응이 좋았던 부분은 과거의 인연이 현재로 닿은 순간이었다. 은조가 바라던 다른 생에서 이열과 함께하고자 했던 소원이 이뤄진 것. 남지현은 "저희가 받은 그대로의 결말이었고, 추후에 에필로그를 추가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은조의 소원과 연결되는 이야기로 선물처럼 준비했는데 좋아해 주셔서 신기했다. 찍을 때도 새로웠다. 8개월 동안 함께 작품을 찍어서 익숙한 사람인데도 한복을 벗으니 낯설게 느껴졌다. 또 마지막 신이 마지막 촬영이었던 점도 뜻깊었다"라고 돌아봤다. 

'사극 불패' 남지현에게 '은애하는 도적님아'의 어떤 부분이 특히 매력으로 다가왔을까. 그는 "대본 자체가 재미있었다. 이야기의 흐름이 좋았고, 하고자 하는 주제가 명확했다. 그 속에서 은조가 뭐를 하는지 살펴봤을 때도 정말 풍부한 캐릭터였다.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니는데 그 사람들도 은조를 각각 다르게 보는 모습을 보며 입체적으로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인물 간의 관계성에 매력을 느꼈다는 남지현은 "은조와 열이뿐 아니라 재이와 해림이까지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현실이나 다른 상황 때문에 외면했거나 억눌린 면을 마주하게 해주고,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하며 성장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런 관계성이 촘촘한 것 같아서 잘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답했다.

그는 대본을 볼 때 '이해가 되는지'를 가장 많이 본다면서 "드라마에는 사건이 있다. 외부에서 벌어지는 것일 수도, 내면의 일일 수도 있는데 연결고리가 잘 형성되어 있는지를 보는 것 같다"라며 "내가 납득이 되어야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변화하는 인물을 좋아하는 것 같다. 비슷한 사건이 같은 작품에서 발생했을 때 캐릭터가 그 사건을 대하는 방식이 성장했으면 좋겠다. 이러한 점을 고쳐서 또 한 발 나아갔다는 그런 서사를 좋아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홍은조 역시 여러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변화를 겪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이열과의 영혼 체인지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는 "바뀐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는 대본에 명확하게 있었다. 작가님이 영혼 체인지를 쓰신 목적은 두 사람의 입장을, 두 사람의 삶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것을 그대로 잘 표현하고 구현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남지현은 여기에 세심한 디테일을 더했다. 그는 "열이 같은 경우 고정된 행동이 있었다. 뒷짐을 질 때 어느 손이 올라가는지 그런 것을 고정해서 너도 쓰고 나도 쓰자고 했다. 저 같은 경우 신분이 낮은 역할이었기 때문에 두 손을 앞으로 모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열 캐릭터는 사실 그럴 일이 없는 인물인데 영혼이 바뀌었을 때 그러한 행동을 한다. 대군이 손을 모으고 공손한 자세로 있는다거나 반대로 제가 뒷짐을 지는 그런 모습들이 그림적으로도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리허설을 통해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고, 대본을 최대한 잘 살리려는 방향으로 서로 노력했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설정은 수많은 고민 끝에 탄생한 장면이다. 남지현은 "상대방의 대사를 서로 녹음해서 사투리 연기를 하는 것처럼 그대로 외울까도 생각을 해봤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과 마주쳐서 한계가 있을 것 같았고,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은 것이 말투는 덜 비슷해도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니 많은 것이 풀렸다. 주된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 디테일을 똑같이 해보자고 했다. 감독님과도 상민 배우와도 함께 만들면서 차곡차곡 쌓아갔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문상민과의 좋은 호흡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상민 배우가 다 같이 힘내서 같이 끌고 갈 수 있는 분위기 주도를 잘한다. 어려운 신이 많았는데도, 정말 힘을 받은 덕분에 잘 촬영할 수 있었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문상민은 남지현과의 목소리 합을 케미 포인트 중 하나로 꼽기도 했는데, 이에 대한 질문을 하자 남지현은 "이번 작품에서 되게 잘 어우러진 것 같아요. 상민 배우와 제가 말하는 방식이 다른데 그런 것들이 바뀌었을 때 확 차이가 나니까 그런 것이 좋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짝 아쉬웠던 부분으로 "영혼 체인지를 할 때 행동 같은 것은 따라 할 수 있었는데 목소리가 가진 느낌은 못 따라 하겠더라고요. 열이 대사가 서정적이고 시적인 그런 대사들이 많았는데 상민 배우가 담백하게 대사를 쳐서 그 맛이 사는 것들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영혼이 바뀌었을 때 저도 그런 대사를 하며 느낌을 따라가고 싶었는데 목소리에 더 힘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그런 부분이 특히 상민이가 열이라서 좋았던 점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언급했다.

이 외에도 연기에 대한 아쉬운 부분이 조금은 있지만 "열심히 하는 것이 티가 나는 작품이고 모두가 최선을 다했기에 잘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이번 작품을 통해 저도 정말 위로를 많이 받았고, 어떻게 보면 인생에서 그렇게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드라마가 공유하는 가장 큰 정서는 외로움이었다고 생각했어요. 외로운 사람들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라는 점이 특히 좋았다"라며 작품의 정서를 짚으며, 이러한 서사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어느덧 23년 차 배우가 됐지만, 여전히 고민도 하고 싶은 것도 많다. 남지현은 차기작으로 티빙 '내가 떨릴 수 있게를 확정했다. 촬영은 모두 마친 상태로 현재 후반 작업을 진행 중이며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 이후 작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남지현에게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지 묻자 "요즘 주변에 '제가 어떤 모습으로 나오면 좋겠어요?'라고 많이 물어보고 다닌다"라며 웃었다.

그는 "20대 때는 다음 작품에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비교적 또렷했는데 30대가 되니 오히려 그런 부분에 대한 생각이 약해졌다"라며 "'내가 떨릴 수 있게'가 클래식한 로맨스 톤이라 다음에는 장르물일 수도, 휴먼 드라마일 수도, 전문직 캐릭터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무엇을 하든 새롭고 재미있게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매번 새로운 일이 펼쳐지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참 끝없는 과제가 있는 직업인가 생각도 들지만, 저에게는 이런 것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너무 익숙해지는 것보다 익숙해질 때쯤 새로운 것이 나타나고, 그러면 새롭게 생각을 정리한다. 물론 어려운 점도 있지만, 그런 삶이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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