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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익숙한 도시의 낯선 표정을 발견하는 시간 '북촌 건축 기행'

박수민 기자 ㅣ adio2848@chosun.com
등록 2026.03.17 15:34 / 수정 2026.03.18 15:44

청계천 북쪽 일대를 의미 하는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북악산 기슭에 있는 동네를 일컫는다. 서쪽으로는 여러 갤러리가 자리한 경복궁 건너편의 소격동부터 정독도서관과 한옥이 밀집한 가회동, 헌법재판소부터 재동초등학교, 중앙고등학교로 쭉 이어지는 계동길, 창덕궁 담장을 따라 카페와 레스토랑이 늘어선 서순라길에 이르기까지 꽤 방대한 지역을 아우른다.

'북촌 건축 기행' 저자이자 건축사 천경환은 처음에 북촌에도, 한옥에도 별 관심이 없었으나 우연히 계동 끝자락의 작은 한옥에 건축사사무소를 차린 후 북촌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급기야 북촌 일대의 건축물들을 소개하는 여행 가이드로 활동하는 동안 얻은 지식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자 하는 열망을 갖게 되었다. 이 책에는 북촌의 건물을 주제로 건축가의 철학과 설계 의도, 구조, 디자인 등은 물론, 건물이 북촌과 어울리기 위해 어떤 형태를 취하는지, 건물의 생김새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건축가로서 새롭게 발견한 매력은 무엇인지 등 자신의 생각과 감상을 담았다.

북촌을 크게 둘러 곳곳의 건물을 답사하는 기행문 형식으로, 여행 코스 중 하나는 창덕궁 근처에서 시작해 건축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 공간사옥, 북촌의 역사와 한옥마을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북촌문화센터와 북촌한옥역사관을 거쳐 거주와 관광의 풍경이 어우러진 계동길을 둘러보는 경로고, 다른 하나는 경복궁 옆 금호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 미술관 탐방을 시작으로 정독도서관 앞을 지나 뛰어난 건축가의 손에서 재탄생한 한옥 설화수의 집과 계동길을 거치는 여행이다. 건축학적 기행서이자 인문학적 기행서인 이 책에서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저자의 바람대로 건축과 장소, 삶의 모습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해 주는 감각이 깨어날 것이다.

북촌 한편에서 조그맣게 둥지를 틀고 출퇴근하던 저자는 몇 달이 지나도 매일 다니는 길이 왜 지루해지지 않는지, 그 길 위에서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는지, 주변 동네에는 어떤 건물이 늘어서 있는지를 궁리한다. 또 한 한옥에 사무실을 마련하면서 그간 한옥에 갖고 있던 편견도 깨트리고 한옥의 매력도 새롭게 발견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저자가 알아보고 깨달은 것들은 건축 여행 전문사에서 일종의 건축 도슨트로서 일하면서 다듬어져 '북촌 건축 기행' 에 담겼다.

이 책은 마치 저자와 함께 탐방하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그대로 살린 책이다. 저자는 때로는 건축가의 시선으로, 때로는 동네에 거주하는 생활인의 감각으로 건물과 사람, 풍경을 연결한다. 공간에 대한 탐구는 건물을 만든 사람들,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북촌은 단절된 작은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이 일어나는 무대다. 건축가의 손에서 탄생하고 고쳐지고 세월이 흐르면서 몸집을 불리거나 일부를 허문 건물 이야기와 더불어 건물을 드나들거나 옆에서 변화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무심히 지나치는 건물과 동네를 재발견하는 기회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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