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봉주 교수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봉주 교수
기업 사회공헌의 원칙과 방법이 빠른 속도로 ESG 체계로 재편되고 있다.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이 개념은, 기업이 이윤만을 좇는 시대를 끝내고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임까지 짊어져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담고 있다. 더군다나 2028년부터 대기업 중심으로 ESG 공시제도의 의무화가 예정되어 있어 이제 ESG는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ESG를 통한 사회공헌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회문제의 해결이다. 한국이 지금 마주하고 있는 사회문제는 녹녹지 않다. 기후변화, 저출생, 경제 양극화라는 세 가지 거대한 파도가 동시에 밀려오고 있다.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사회적 위기 상황인 것이다. 사회적 위기 상황 타파에 기업 사회공헌 ESG 경영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먼저 환경 문제를 보자. 한국은 2020년 기준으로 OECD 국가 중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로 6위 국가이다.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국가 목표를 선언했지만, 실제로 이를 이행할 주체는 결국 산업 현장의 기업들이다. ESG의 환경(E) 영역은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환, 탄소 배출량 감축, 친환경 공급망 구축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틀을 제공한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탄소 정보 공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흐름의 반영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기업 ESG 경영의 역할이 중요하다.
저출생 문제는 더욱 절박하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5년 기준 0.7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사회에서 경제 성장은 물론 기업의 미래도 없다. 이 문제의 핵심에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근무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경직된 근무시간, 육아휴직을 마음 편히 쓸 수 없는 환경, 일·가정 양립을 가로막는 조직문화가 출산을 포기하게 만든다. ESG의 사회(S) 영역은 바로 이 부분에 개입할 수 있다. 유연근무제 도입, 자유로운 육아휴직의 보장, 일·가정 양립 친화적인 조직문화 정립 등은 저출생 문제의 핵심적인 해결책이다.
ESG는 경제 양극화 문제의 해결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균형, 수도권과 지방의 불평등은 한국 사회의 오래된 양극화 구조이다. ESG의 사회(S)는 공정한 협력업체 거래와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지배구조(G)는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조한다. ESG는 편법적 부의 집중을 막고 건강한 경쟁 환경을 만드는 제도적 장치이다.
물론 ESG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환경 영역에서 화려한 보고서 뒤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이다. ESG 평가 기준이 기관마다 달라 신뢰성 논란도 이어진다. 그러나 이는 ESG를 포기할 이유가 아니라, 더 엄격하고 실질적으로 만들어야 할 이유다. 기후변화, 저출생, 양극화의 세 가지 사회적 위기는 어느 한 주체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기업이 ESG를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닌, 사회공헌의 원칙과 방법으로 내재화할 때 사회문제 해결의 주역으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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