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티빙 제공
유미의 연애 연대기가 드디어 그 마침표를 찍었다. 그 마지막 여정의 주인공, '유니콘 연하남'이라 불린 '신순록' 역의 배우 김재원을 만났다. 쏟아지는 기대만큼이나 무거운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지만, 그는 안경 뒤에 숨겨진 냉철함과 집돌이 특유의 편안함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완벽한 싱크로율을 증명해 냈다.
지난 7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3'을 마친 김재원 만났다. 마지막 회를 마치고 마주한 그는 순록이 유미에게 보냈던 확신에 찬 눈빛처럼, 연기에 대한 단단한 소신과 겸손함을 동시에 내비쳤다.
Q. '유미의 세포들3'를 마친 소감."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기쁘고, 제가 '유미의 세포들' 여정의 마무리를 함께할 수 있어서 뿌듯해요. 한편으로는 정말 아쉽기도 하죠. 순록이는 이렇게 정이 들 수 있나 싶을 정도의 캐릭터였거든요. 순록이와 유미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Q. 원작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순록'을 연기하게 됐는데, 부담감도 있었을까."부담감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인 것 같아요. 제가 받은 느낌은, 대가족에서 귀하게 자란 딸이 명절에 남자친구를 데려와서 여러 친척에게 보여주는 그런 기분이었어요. 순록이가 워낙 유니콘 같은 완벽한 연하남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부담감이 있기도 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런 판타지적인 인물을 제가 연기할 수 있었다는 게 영광이죠. 이번 작품에서는 100% 할 걸 200%가 되도록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Q. 이전 시즌보다 짧은 8부작이라 아쉽다는 시청자 반응도 많은데."아쉬움이 없지는 않지만, 배우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 작품의 길이를 결정할 수는 없죠. (웃음) 다만, 기존 시리즈보다 짧았던 이유를 혼자 생각해봤는데, 순록이는 여태까지 유미의 남자들과 다르게 확신이 서면 직진하는 스타일이잖아요. 그래서 잴 것도, 계산할 것도 없는 인물이라 콤팩트하게 담은 것 아닌가 싶었어요. 제작 과정에서의 여러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저는 순록이를 잘 표현하자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에 역할로서 최선을 다해 보여드려야겠다는 마음뿐이었어요."
Q. 워낙 원작 팬이 탄탄한 작품이라 캐스팅됐을 때 주변의 반응도 핫했을 것 같다."지인분들 중에 '유미의 세포들' 원작 팬들이 정말 많았어요. 그분들은 순록이를 원작으로 보고, 또 판타지를 가졌던 분들이라, 촬영 들어가기 전에도 '네가 순록이를 정말 잘 표현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해주기도 했죠. 방영 후에 그 지인들에게 '순록이 잘했네'하는 반응을 받았을 때 정말 다행스럽고 뿌듯했어요. 특히 친누나가 순록이 팬인데, '이 정도면 괜찮다'라고 해준 걸 보고 '내가 그래도 나쁘지 않게 잘 해냈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Q. '순록'이와 싱크로율은 어느정도일까."순록이는 일할 때는 안경을 낀 냉철한 모습이지만, 일이 끝난 오프 상태일 때는 곱슬기 가득한 머리에 풀어진 자세로 있잖아요. 실제 제 성격은 집돌이가 전혀 아닌데, 집돌이인 순록이를 표현하기 위해 제가 방전되는 순간들을 연기하려고 했어요. 실제 저의 모습 속에서 순록이를 녹여보려고 했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싱크로율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Q. 연하남 캐릭터로서 로맨스 호흡에서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제가 연기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둔 건, '느끼하지 말 것'이었어요. 연하이지만 상대에게 설렘을 안겨줘야 하는 역할이잖아요. 느끼함과 설렘은 한 끗 차이라고 생각했고, 우리 작품에는 세포들이 나오니까 제가 조금 무표정으로 연기해도 세포들이 대변해 주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서 감정을 과하지 않게 담으려고 했어요. 저는 최대한 담백하게 표현하면서 감정을 덜어내려고 노력했죠."
Q. 순록이의 응큼세포가 다른 세포들에 비해 어마어마하지 않나."최종본까지 대본을 다 받고 진행한 게 아니라서 응큼세포가 그렇게 큰 줄은 모르고 촬영했어요. 그냥 글을 보고 '순록이 응큼세포가 크다'했는데, 방송으로 보니 더 크게 그려졌더라고요. (웃음) 저는 그게 감독님이 연하남의 당돌함을 표현하려고 그렇게 연출하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연하남의 기개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 거죠."
Q. 사람 김재원의 프라임 세포는 뭘까."기본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건 이성 세포 같아요. 일을 할 때는 최대한 마음이 붕 뜨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일이 저조할 때도 최대한 중심을 잡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주변에서도 저를 보고 이성적이라고 말해주실 때도 많아요."
"일을 하지 않고 있을 때의 저에게는 사랑 세포가 커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작품에서 치고 빠지는 역할을 주로 맡았는데, 이제는 한 역할을 긴 호흡으로 가져가는 책임감을 느끼면서, 작품과 스태프분들, 우리 팀원들, 내가 맡은 역할을 사랑해야 100% 나올 게 200%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사랑 세포가 커지고 있고, 또 가족들에 대한 사랑도 많이 느끼고 있어서 사랑 세포가 프라임 세포인 것 같아요."
Q. 유독 연상녀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이 좋다는 평이 많은데. 선배들에게 조언을 얻은 부분도 있을까."감사하게도 신인치고 나름 굵은 작품에 들어갔다고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덕분에 운이 좋게도 연기력으로 유명하신 선배님들과 연기할 수 있었어요. 신혜선 선배님도 그렇고 이번에 김고은 선배님 역시 경력이 베테랑이시잖아요. 현장에서 어깨너머로 배우는 시간이었고, 현장에서 주연 배우가 가져야 하는 태도, 작품을 대하는 마음가짐, 주연 배우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을 넌지시 알려주시기도 했어요.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죠."
Q. 데뷔 후 꾸준히 작품에 참여하며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여러 감독들의 러브콜을 받는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저는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제 인생의 가장 큰 원칙이 뭐냐고 물으시면,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작품을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도 최선을 다 하려고 해요. 특히 작품을 볼 때 1순위가 뭐냐 하면 그동안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거예요. 저는 그러려고 배우가 됐거든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다르게 표현했을 때 희열이 크다고 생각하고, 그게 제 무기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저의 나쁘지 않은 지점인 것 같아요."
Q. 이제 엄연한 주연배우로 발돋움했다. 앞으로 김재원은 어떤 모습을 기대해 보면 좋을까."저는 연기나 예술적으로 큰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저는 열심히 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하고, 그런 면에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도전하고 싶어요. 지금과 같은 신인의 태도를 나중에도 잃지 않는 배우이면 좋겠고, 연기를 갈고 닦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주연으로서는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무거운 사람이면 좋겠어요. 이 작품에 대해 깊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게 연기에 대한 열정이나 태도에 비례할 거라 생각하거든요. 책임감 있고 겸손한 태도를 가진 사람이 되길 바라요."
김재원은 인터뷰 내내 스스로를 "재능이 뛰어나기보다 노력하는 사람"이라 낮추었지만, 작품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누구보다 거대했다. 연하남의 풋풋한 설렘부터 주연 배우로서 짊어져야 할 책임감까지,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성장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 "늘 신인의 태도로 연기를 갈고닦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는 그의 다짐은, 이제 막 주연 배우로서의 문을 연 김재원의 다음 챕터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순록이 유미에게 그랬던 것처럼, 김재원 역시 대중들에게 '확신을 주는 배우'로 직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