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눈동자' 스틸컷 / 쏠레어파트너스/(주)바이포엠스튜디오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 부모가 자식을 그만큼 사랑한다는 뜻을 담은 관용적인 표현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눈에 밟힌다', '눈에 아른거린다', '눈 맞았다' 등 사랑을 이야기할 때 나오는 말들에 '눈'이 있다. 왜 하필 '눈'일까. 영화 '눈동자'는 스릴러적으로 그 사랑을 풀어낸다.
쌍둥이 자매 서진·서인(신민아)은 모두 유전병으로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 시력이 조금 남아 있는 언니 서진은 사진작가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고, 시력을 상실한 동생 서인은 도예가로 크게 성공했다. 그런데 어느 날, 서인이 죽은 채 발견됐다. 모두 자살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서진은 그것이 아닐 거라 확신한다. 모두가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자, 서진은 직접 서인의 죽음을 파헤치려 한다. 서진 역시 한때 자신의 모델이었지만, 스토커가 된 현민(이승룡)에게 죽음의 위험에 시달리고 있었다. 담당 형사 도혁(김남희)의 도움으로 점차 사건의 중심에 다가간다.
영화 '눈동자' 스틸컷 / 쏠레어파트너스/(주)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눈동자'는 그렇게 동생 서인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좇는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의 작품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사건의 전말 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뒤틀려 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한다. 한때 서진에게 훌륭한 모델이었지만, "누나가 내 사진 잘 찍는 거. 그거는 확실히 사랑이야"라고 말하며 스토커가 되어 집요한 광기를 보이는 현민처럼 말이다.
서진은 그 상황 속에서 점차 시력을 잃어가고, '눈동자'는 서진의 시야를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긴다. 그 속에서 관객들은 덜 보는 것이 아니고 더 듣게 된다. 숨 소리, 담배가 타들어 가는 소리, 진동 소리 등 '누군가가 있다'라는 존재감은 강렬하게 심리를 조여 온다. 또한, 시각으로 청록색과 보라색처럼 온도를 쉽게 규정할 수 없는 색과 한 인물의 집에 벽마다 다른 벽지의 색 등의 상징성은 서스펜스를 강화한다.
영화 '눈동자' 스틸컷 / 쏠레어파트너스/(주)바이포엠스튜디오
염지호 감독은 영화 '옆집 사람'에 이어 '눈동자'를 연출했다. '옆집 사람'이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한 인물의 극단적인 심리로 마음을 쥐락펴락했다면, '눈동자'는 가족 등의 관계성에서 비롯된 사랑이라는 왜곡이 어디까지 이를 수 있는지를 파격적으로 풀어냈다. 그 지점에 원작 '줄리아의 눈'(2011, 스페인)과 차별성이 있다. 연출된 소리와 미술 등의 표현은 서사를 더욱 강력하게 쥐어 올린다. 신민아는 시력을 상실해 가는 과정을 동공의 섬세한 움직임으로 표현해내며, 스크린에 자신의 연기력을 선명하게 옮겨냈다. 김남희의 파격적인 변신은 '눈동자'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한다.
결국 '눈동자'는 눈으로만 보는 영화가 아니다. 눈을 잃어갈수록 선명해지는 내면을 보여주는 영화에 가깝다. 사랑과 집착, 상실과 성장, 도예가의 손끝에서 빚어지는 시각을 대체한 촉각, 강한 빛 사이에 짙은 어둠 등을 오가며 끝까지 밀어붙이는, 보기 드문 감각의 스릴러다. 6월 2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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