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90억 파라미터 초거대 모델, 추론 시 330억만 활성화
숙련공 대안, AI 에이전트로 제조 현장 지식 고립 해소 나서
온프레미스 독자 모델로 보안 민감 산업 공략 가속
제조 특화 AI 에이전트 협업 구조도. /SKT 제공
SK텔레콤(이하 SKT)이 자체 개발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처음으로 제조 현장에 투입한다. 통신 기업의 AI 기술이 공장 라인에 직접 연결되는 시도로, 국내 제조업 AI 전환(AX) 흐름을 가속화할 변곡점으로 주목된다.
SKT는 철강 제조 기업 KG스틸, 자동차 부품 기업 코넥과 각각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의 AI 에이전트 현장 실증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협력은 SKT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이 제조업에 적용되는 첫 사례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의향서 교환이 아니다. SKT는 이미 지난 4월부터 두 기업이 보유한 공정 오류·사고 분석 보고서, 장비 매뉴얼, 운영 로그 등을 확보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A.X K1'을 기반으로 '제조 특화 AI 에이전트' 데모 버전을 개발했다. A.X K1은 5190억 개 매개변수를 갖춘 대형언어모델(LLM)이다. 규모가 방대하지만 실제 추론 시에는 약 330억 개 매개변수만 활성화하는 구조를 택했다.
하반기에는 KG스틸 당진공장의 냉간 압연 라인과 코넥의 주조·가공 공정에 각각 이 AI 에이전트를 적용해 현장 실증에 들어간다. 도금 강판을 생산하는 냉간 압연 라인과 자동차 부품의 주조·가공 공정은 모두 공정 오류 하나가 대규모 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고정밀 영역이다.
제조업이 AI 도입에 가장 오랫동안 저항해 온 분야 가운데 하나라는 것은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제조 현장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디지털화가 더디고, 이미 쌓인 데이터도 공정별·부서별로 분산 관리돼 통합 활용이 어렵다. AI가 학습할 일관된 데이터셋을 만들기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는 뜻이다.
제조 현장의 핵심 노하우는 특정 베테랑에게 집중되는 지식 고립 현상이 만연해 있다. 이들이 은퇴하거나 이직하면 현장 경쟁력이 약화한다. AI 에이전트가 이들의 경험적 지식을 데이터로 전환해 학습한다면, 인력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운영 체계를 갖출 수 있다. 제조 공정 데이터는 기업의 핵심 자산이기에 외부 클라우드로 반출하기 어렵다. A.X K1은 클라우드 방식과 함께 온프레미스 방식도 지원한다. 공정 데이터가 외부로 나가지 않아도 AI를 활용할 수 있다.
이번 협력의 구조는 단기 실증에 그치지 않는다. KG스틸과 코넥은 실증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조 공정 데이터를 SKT에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SKT는 이를 바탕으로 AI 에이전트의 성능과 추론 속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한다. 여기서 확보된 현장 데이터는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모델 'A.X K2' 학습에도 투입될 계획이다.
실증이 완료되면 제조 특화 AI 에이전트의 상용화 여부를 검토하고, 필요에 따라 A.X 후속 시리즈로 모델을 교체하는 방안도 열어두고 있다. 제조 현장이 단순한 실증 무대가 아니라, 더 강한 AI 모델을 만들기 위한 데이터 소스로도 기능하는 구조다.
SKT는 지난달 국방부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국방 분야 활용' MOU를 체결하며 보안과 데이터 주권이 핵심인 영역에 먼저 독자 모델을 이식했다. 이번 제조업 적용은 그 두 번째 행보다. 회사는 금융, 공공, 의료 등 보안 요구가 높은 산업으로 독자 모델 적용을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정석근 SKT AI CIC장은 "보안이 중요한 제조 현장에는 데이터를 외부로 내보내지 않고도 활용할 수 있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이 효과적인 해법"이라며 "KG스틸, 코넥과의 협력을 시작으로 제조업의 AI 전환을 앞당기고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적용 사례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배선우 KG스틸 기술연구소장은 "이번 협력으로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제조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광표 코넥 대표이사는 "현장에서 반복되는 품질 이슈에 대한 빠른 대응은 제조업의 오랜 과제였다"며 "AI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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